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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코딩할 줄 모르는 개발자

Dev Park
12/29/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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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포트폴리오

최근 개발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불과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화려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비꼬는 것이 아니다. 취업 준비 시절, 땀을 뻘뻘 흘리며 투박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던 내 기억이 떠올라서다. 워낙 꾸미거나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재주가 없는 탓도 있었지만, 요즘은 비전공자가 만든 포트폴리오조차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지게 만드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AI가 발전했고, AI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꽤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AI는 결과물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을 정말 잘한다.

AI를 사용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나 역시 최근 AI를 이용해 Git 프로필, 포트폴리오, 이력서 같은 것들을 전부 갈아엎고 있으니까. 세상이 참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AI 프로필) 이것은 단순한 프로필 사진이 아니다. 외모의 혁명이자 뭐시기...(AI 프로필) 이것은 단순한 프로필 사진이 아니다. 외모의 혁명이자 뭐시기...

지식의 공유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프로토스 종족은 '칼라'라는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서로의 지식과 감정을 공유하고 종족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정신적 링크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들어 '전문가'라는 개념의 경계가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 인류가 사실 미래의 프로토스 아닐까?현 인류가 사실 미래의 프로토스 아닐까?

전문가란 무엇인가? 남들이 모르는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역설적으로 전문가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내가 가진 기술이나 지식을 남들이 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GPT 같은 LLM을 누구나 사용하는 시대가 오면서, 지식의 독점을 통해 전문가 지위를 누리던 사람들은 위협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비약이 섞인 말이지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장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를 생각해보자. 과거에는 무조건 병원에 가야 했지만, 이제는 AI에게 물어보면 "전 의료 전문가가 아니므로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면책 조항을 깔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상세히 알려준다.

법률 지식 또한 마찬가지다. 상황만 자세히 설명하면 어떤 법 조항이 쟁점이 될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AI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듯 일정 수준의 지식은 굳이 머릿속에 암기하고 있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 앞서 말한 '칼라'처럼, 인류의 지식은 이미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코딩할 줄 모르는 개발자

앞선 이야기와 결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코딩을 할 줄 모르는 개발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바이브 코딩' 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나는 어느 정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 역시 최근 바이브 코딩의 효율성에 매료되어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적이 있다. 개인 프로젝트라 부담 없이 AI에게 많은 부분을 위임했고, 생산성은 확실히 빨랐다. 하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 파일 개수는 순식간에 늘어나 있었고, 프로젝트의 복잡도는 내가 의도한 설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싶었다.

문제가 생겼을때 진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문제가 생겼을때 진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간단한 수정 하나를 하기 위해 AI가 생성한 코드의 흐름을 역추적해야 하는 상황.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었다. 토이 프로젝트라면 '아 머리 아파' 하고 넘길 수 있겠지만, 이게 실무라고 생각하면 꽤나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작동만 잘하면 그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상황을 온전히 통제하지 못한다' 는 느낌이 들었을 때, 엔지니어로서의 경각심이 올라왔다. 코드는 작성하는 것보다 유지보수하는 시간이 훨씬 긴데, 이해하지 못한 코드는 결국 기술 부채가 되기 때문이다.

아마 농부는 대체되지 않을 것 같다.아마 농부는 대체되지 않을 것 같다.

최근에 '농부는 대체되었다(The Farmer Was Replaced)'라는 게임을 해봤다. 게임 방식이 꽤 독특하다. 드론을 파이썬 코드로 제어해서 농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게임이다. 단순히 수확만 하는 게 아니라, 농작물마다 발생하는 변수들을 고려해 예외 처리를 하고, 상태를 자동으로 체크하는 로직을 직접 짜야 한다.

갑자기 이 게임 이야기를 왜 하냐면, 게임 속에서 직접 로직을 짜면서 '그래, 이게 진짜 개발이었지'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AI가 짜주는 코드를 리뷰하는 게 아니라, 빈 화면에 직접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변수를 통제하는 과정. 그 날것의 문제 해결 과정이 꽤나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우리가 AI라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직접 사고하는 근육' 을 쓰는 데 소홀해질 수 있겠다는 경계심도 들었다. AI 없이 맨땅에 코딩하는 그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 시대에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게임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의 나는 AI를 통해 더 빠르게 개발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순수한 엔지니어링 역량' 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코드를 찍어내는 것은 누구나(혹은 AI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코드가 전체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최적의 설계를 판단하는 눈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어쩌면 개발자는 이제 '코딩 그 자체'의 기술자를 넘어,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지휘하고 검증하는 '설계 전문가' 가 되어야 한다는 신호가 아닐까?

그래서 개발자는 뭘 할 줄 알아야하나요?

앞서 긴 잡담을 늘어놓은 이유는 결국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아주 먼 과거, 기계어로 직접 프로그래밍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땐 정말 천재들만 프로그래밍을 했다. 그다음 C언어 같은 고수준 언어가 등장했고, 곧이어 Java 같은 객체 지향 언어가 나왔다. 그다음 세대는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코드를 공유하고 재사용하는 시대였다. 깃허브나 스택오버플로우에서 적절한 코드를 찾아 복붙하는 것도 실력인 시대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AI를 이용해 코딩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더 이상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닌, 우리가 쓰는 자연어로 프롬프트를 입력해 결과물을 만드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인류만 진화한게 아니었다.인류만 진화한게 아니었다.

결국 이 시대의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은 설계와 유지보수다. AI는 생산성이 뛰어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기보다는 1을 10으로 불리는 것을 잘하기 때문이다. 즉, 좋은 구조를 설계하고(0에서 1을 만들고), 그 설계 위에 AI를 도구로써 잘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AI가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며 생기는 돌발적인 문제까지 알아서 고쳐주지는 않는다. 그런 유지보수적인 문제 해결과 엔지니어링의 영역은 여전히 인간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럼 코딩 안해도 된다는거냐

그렇다고 코딩 공부를 완전히 손 놓아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결국 좋은 설계는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거창한 아키텍처도 따지고 보면 함수 하나, 변수명 하나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작은 코딩 실력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앞서 AI 시대의 변화를 이야기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기본기는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나는 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동료보다는 노예가 되어가고 있긴하다.동료보다는 노예가 되어가고 있긴하다.

예전 같았으면 "잘 돌아가네?" 하고 귀찮아서 넘어갔을 코드들도 이제는 뜯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AI 덕분에 타이핑할 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았는가? 그 아낀 시간만큼을 생성된 코드를 읽고, 분석하고, 내 의도에 맞게 최적화하는 데 쏟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AI가 짠 코드를 내 것으로 체화할 수도 있고, 내가 몰랐던 구현 방식을 보며 새로운 지식을 줍기도 한다. 즉, AI를 '생산 도구'가 아니라 '학습 파트너'로 활용하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기본기를 유지하면서 트렌디한 기술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이 정글 같은 IT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스스로를 갈고닦아야 하는 건,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씁쓸한 진리인 것은 아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마무리

포트폴리오가 화려해지고, 누구나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세상이다. 어쩌면 우리는 '코드를 작성하는 노동'에서 해방되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창조'의 영역으로 강제 이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좀 아프긴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시대가 변하면 농부도 드론을 띄워야 하듯, 개발자도 변해야 산다. 대신 AI라는 유능한 비서를 둔 덕분에, 우리는 예전보다 더 크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자.

하지만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하지만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